사직서를 제출하였다. 그런데, 오랜 기간 회사에서 일한 거에 비하면 생각보다 너무나도 간단한 사직서 처리가 오히려 서운하기도 하다.
갑작스런 발령과 2달간 지방 출장
회사를 그만 둘까, 계속 다닐까 하는 생각 가득한 고민의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다, 2021년 12월 겨울이 되고 정기 인사발령 시즌이 왔다. 근무 중인 부서에 온 지 1년 정도 된 나로서는 인사발령을 기대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부서장이 면담을 하자고 한다. 인사 발령이다. 회사의 '명령'이라 거절 할 수 없는 그것이 갑자기 찾아왔다.
"회사의 '령'이니까 어쩔 수 없겠는데, 이번 인사 발령은 이해가 안됩니다. 이상합니다."
라는 말과 함께, 면담을 짧게 마무리 했다.
예쁜 딸은 이제 50일 남짓 신생아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새로운 부서에서 인사를 하고, 업무를 받는다. 현장 지원 직무를 받았다. 그런데, 지금 살고 있는 지역과 거리가 먼 '전라도 순천' 지방으로 2달간 출장이 내려졌다. 월요일 새벽에 열차 타고 내려가서 금요일 오후에 올라온 후에, 주말 이틀간 생활하고 다시 출장 가는 일정이었다.
신생아 아빠라서 조금 배려를 할 줄 알았으나, 역시 여기는 조직이고 회사였다. 아니, 대기업이다. 고참들의 요청이 우선 되고, 신규 전입 온 과장 저 연차는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때라 후순위로 밀렸구나라고 생각될 뿐이다.
"아, 회사 그만두려니까 별 일이 다 꼬이는 구나. 핑곗거리 많이 생기네."
E4. 부장님, 저 퇴사하려합니다.
금요일 오후, 서울로 올라오는 KTX 안에서 전화를 걸었다. 회의 중이라고 부재중 문자가 날아온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셨는지 전화가 왔다.
"부장님, 저 퇴사하려 합니다."
"그래, 왜?"
놀라실 줄 알았는데, 전혀 놀라지 않는 목소리였다. 지금 자기한테 이런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며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한 상태라 생각한다고 말씀하신다. 너의 인생은 너의 것이기 때문에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것 같다는 말과 함께.
머리를 크게 한방 맞은 느낌이 들면서, 한 줄이 뇌리에 박혔다.
「나 이제 어린애가 아니구나, 10년 이상 사회생활을 한 30대 후반의 대한민국 자아이다.」
모든 것을 혼자 고민하고 결정하고 일을 추진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나이대라는 것이다. 여태, 나라에서 주어진 교육시스템을 따라가고, 군대를 가고,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 후 시키는 일에만 익숙해진 나는 스스로 중대한 일을 결정한 적이 없었다. 이번 '퇴사'가 가장 큰 결정이자, '의미 있는 첫 결정'이 된 것이다.
인사 면담을 하는 담당자든, 모두가 나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한다. 이거 뭐 관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귀찮아서 그렇게 말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5-6년 전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내 결정이고, 내가 알아서 내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었다.
사직서를 작성한다. 고작 내 이름 세 글자 옆 사인하는 곳은 서너 군데밖에 없었다. 싸인 5번도 안 하면, 사직서에 모든 처리가 끝난다. 그리고, 퇴직 원하는 날짜를 맞추고 남은 휴가를 소진하기 시작하였다.
보통 퇴직할 때는, 그간 근무했던 분들에게 '인사 메일'을 쓴다. 그간 고마웠고, 퇴사한다는 소식을 알리니 알고 계셔라라는 일종의 매너라고 할까. 그러나, 나는 메일을 쓰지 않았다. 쓸 기분도 아니었고, 어차피 회사 내의 인연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만 간직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정된 퇴직일이 왔고, 내 이름은 회사내 전산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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